임대주택으로 큰 부영, 부실경영에 흔들리나

임대주택으로 큰 부영, 부실경영에 흔들리나

류찬희 기자
입력 2018-02-08 01:26
수정 2018-02-0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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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회장 구속에 그룹 앞날은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7일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부영의 성장 과정과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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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평로에 있는 부영 본사. 서울신문 DB
서울 태평로에 있는 부영 본사.
서울신문 DB
부영을 국내 16위 대기업으로 키운 주력 사업은 임대주택이다. 이중근 회장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20만 3000여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그동안 부영이 공급한 주택 가운데는 일부 분양주택도 있지만 임대주택 전문업체라고 보면 된다. 서민을 상대로 하는 임대주택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챙긴 대표적인 기업이다.

부영은 저리의 국민주택기금을 활용,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 부영과 계열사는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주택기금 7조 7000여억원을 끌어다 썼다. 임대주택사업은 부지만 확보하면 기금과 임대보증금만으로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라서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용지는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

또 임대주택은 일단 임차인만 확보하면 바로 매월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온다. 여기에 5년 단기 임대 이후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다. ?현금이 넘쳤지만 부영은 분양주택사업 대신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 서울 태평로 동아건설 사옥을 사들여 일부는 본사 사무실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를 주고 있다. 이어 전국 요지의 부동산을 잇따라 집어삼켰다. 인근 삼성생명 사옥과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인천 송도 포스코 건설 사옥 등을 줄줄이 사들였다. 이들 건물 역시 임대주택사업과 비슷하게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는 부동산이다.

부영의 부동산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리조트·호텔·골프장 등이 먹잇감이 되었다. 태백 오투리조트를 비롯해 무주 리조트, 제주 리조트 등이 부영의 손에 들어왔다. 해외사업도 눈을 돌려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에서 주택·리조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연합뉴스
그러나 부영의 욕심은 여기서 끝날 것 같다. 부영의 사세 확장과 비례해 임차인의 불만도 커졌다. 매년 임대료 인상을 둘러싼 임차인과의 마찰, 분양 전환 과정에서 높은 분양가, 부실시공, 협력업체 후려치기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태가 전국에서 일어났다. 마침내 정치권과 22개 지자체가 연대해 부영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제동을 걸었고, 임대료 과다 인상을 막는 ‘부영 방지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수사가 이뤄지면 불공정 거래, 탈세 등도 속속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계열사가 24개에 이르는 부영의 기업공개, 지배구조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중근 회장이 부영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계열사 역시 이 회장과 친인척 지분이 90%를 넘는 등 족벌기업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8-02-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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