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연구소, 5% 이상 지분 보유한 외국 투자법인 전수조사
국내 상장사들을 좌지우지하는 ‘외국계 큰손들’의 실제 규모가 파악됐다.총 198곳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투자법인)가 상장기업 285개사에 5% 넘는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 보면 미국계 투자회사가 상장사 120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이른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곳에서도 26개 상장사에 대량 지분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외국 투자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조사는 금융감독원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및 외국 투자법인이 소재한 국적(國籍)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다.
지분 현황은 지난 10일까지 보고된 내용을 반영했고 주식평가액은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대량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 투자자가 속한 국가는 30개국이다.
미국 국적 법인이 투자한 상장사가 120곳으로 전체의 42.1%를 점했다. 이어 일본이 42곳(14.7%), 싱가포르 24곳(8.4%), 홍콩 17곳(6.0%), 영국 14곳(4.9%), 중국 9곳(3.2%), 네덜란드 6곳(2.1%), 캐나다 5곳(1.8%), 노르웨이·스위스 각 3곳(1.4%) 순이다.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곳에서도 26개사(9.1%)에 투자했다. 버진아일랜드(9곳), 케이만군도(8곳), 버뮤다(3곳) 등이다.
이들 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무려 40조원에 달했다.
미국 투자 법인들의 주식평가액이 18조원으로 36.7%였고 그다음은 네덜란드 투자회사들로 5조2천523억원의 지분을 보유했다. 3∼4위는 싱가포르(4조1천891억원), 일본(2조9천84억원)이고 중국도 1조2천445억원이나 됐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투자법인들의 보유 주식 평가액도 1조1천603억원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SK C&C에 5.57%를 투자한 베스트 립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의 주식 평가액이 6천798억원이다. 법인 소재지는 버진아일랜드이지만 실질적 최대주주는 폭스콘 홀딩스로 대만 홍하이그룹이다.
외국인 투자자 중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피델리티 매니지먼트)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이 투자 회사는 국내 상장사 52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의 주식평가액은 2조6천198억원에 달했다.
오일선 소장은 “국내 상장사 중에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의 지분 움직임에 따라 기업 운명이 달라질 곳도 여러 군데 있다. 회사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다음으로는 영국 템플턴 자산운용사가 상장사 11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식평가액은 1조6천696억원이다.
대표적으로 휠라코리아(11.64%), 현대산업개발(10.91%), LF(7.49%)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미국 투자회사 더캐피탈그룹 컴퍼니인크는 상장사 5곳에 5% 넘는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다. 네이버, 삼성SDI, LG유플러스 등이다. 주식평가액은 2조3천200억원에 달한다.
국가별로 외국계 큰손들의 투자 색깔도 달랐다.
미국·영국계 법인들은 경영에 직접 참가하기보다는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LP와 엘리엇 어소시어츠LP 두 군데만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내걸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경영 참가 목적으로 7.12%의 지분을 확보했다. 엘리엇의 주식평가액은 7천187억원이며, 이는 13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반면 일본·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계 투자법인들은 투자보다 경영 참가에 무게 중심을 둔 편이다. 중국 투자법인은 경영 참가 목적이 100%였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각각 67%였다.
오 소장은 “외국계 투자 법인들은 과거부터 성장성이 높은 우량기업 중 최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인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2∼3대 주주 역할을 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국내 상장사들이 기업지배구조를 견고하게 하고 경영 외풍을 견뎌내려면 최대주주 지분율을 30% 넘게 유지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오 소장은 이어 “하지만 소수 지분을 다수 가진 외국 투자자들이 더 많아 특정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더라도 이들이 최대주주를 배척해 경영권을 뒤바꾸게 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단순히 외국계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본을 위협적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