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통령의 거수경례/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의 거수경례/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5-06 00:00
수정 2010-05-0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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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례는 상대방에게 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위해를 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생겼다. 악수의 유래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2300년쯤 만들어진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경례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을 만큼 오래됐다. 경례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는 나치식 경례와 이란특공대 경례는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육군과 공군은 손바닥이 상대방을 향하게 경례한다. 동양에서 경례란 절의 다른 이름이다.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하는 동안 머리를 아홉 번 조아리는 청나라의 ‘삼궤구고두(三?九叩頭)’가 대표적이다.

신문에 보도된 사진 한 장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제 열린 전군지휘관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의 거수경례 사진이다. 이 대통령은 군복차림의 장성들과 함께 국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옆자리 김태영 국방장관이 가슴에 손을 얹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4성 장군 출신 국방장관과 달리 대통령이 거수경례를 한 것은 실수라는 것이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대통령이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제3조에 명시된 ‘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은 국기를 향해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라는 조항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전군지휘관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한다는 상징성을 고려해 거수경례로 태극기에 예를 표한 것이 보기 좋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청와대 측은 이날 회의가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교훈 도출과 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만큼 대통령의 거수경례는 단호한 대응의 아이콘이라고 해명했다. 150여명의 육·해·공군 주요 지휘관과 대통령이 혼연일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거수경례를 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즐겨 사용했다. 초기에는 경례법이 다소 엉성하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지금은 장군들보다 더 세련돼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천안함 희생 장병 합동영결식장에서는 영정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지만, 같은 달 12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는 힐러리 국무장관과 똑같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무엇보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엇갈리는 경례법이 당황스럽다. 그것도 안보구멍을 메우자며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혹시 안보태세 재무장을 요구하는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국방장관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 아닌가.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5-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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