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래 발자국/임영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래 발자국/임영석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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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발자국/임영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고래들의 발자국을 보고 싶다

고래가 발을 버리고 왜 지느러미를 갖게 되었는지

무슨 아픔이 있어 바다로 몸을 숨겼는지

발자국을 보면 그 의문이 풀릴 것만 같다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 고래들의 발자국을

고고학자들은 왜 아무도 찾지 않을까

바닷속 어딘가는 두 발로 혹은 네 발로 걷던

발자국 무덤들이 가득히 있을 것인데

수천 년 동안 고래 발자국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역사(歷史)를 발로 쓰고 다닐 때

고래들은 천리 밖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바닷속 가득 풀어놓고 낙엽처럼 밟고 다녔을 것이다

그 발자국 따라 오늘도 새우떼를 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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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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