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물방울 렌즈/홍순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물방울 렌즈/홍순영

입력 2012-02-11 00:00
수정 2012-02-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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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렌즈/홍순영

누가 밤새 저 감나무 잎새마다 카메라를 매달아 놓았나

바람 흔들어대도 연방 셔터 눌러대는,

설핏 비친 겹벚꽃 겨드랑이 속살과

‘피아노 모텔’ 나서는 연인, 재빨리 줌-인해 찍고는

구름의 느릿한 발걸음과

바람의 뒤통수도 한 컷

쓰레기봉투 후벼놓고 지하계단으로 잠적한 고양이 꼬리,

고층 베란다에서 까치발 들고 새를 부르는 여자까지

대롱대롱 담고 있는 물방울 렌즈

새 한 마리 햇살 쪼며 날아오르자

수십 장의 풍경들, 사방으로 흩어지고

배터리 잃어가던 물방울 카메라

서둘러 감나무의 속사정, 연사로 찍어댄다

얼결에 빨려든 하늘

감나무의 배경이 시퍼렇다

2012-02-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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