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현대·기아차, BMW에 한 수 배워라/유영규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현대·기아차, BMW에 한 수 배워라/유영규 산업부 기자

입력 2014-03-31 00:00
수정 2014-03-3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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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산업부 기자
유영규 산업부 기자
한국 도로에서 유독 잘 달리는 수입차가 있다. BMW다. 독일차에 대한 지나친 쏠림이라는 목소리도, 소득수준에 비해 고급차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허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아무튼 경쟁사를 제치고 쌩쌩 달린다. BMW는 지난해는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21.1%까지 끌어올리면서 5년 연속 1위를 지켰다. 2006년 이후 판매 대수 평균 증가율은 무려 28%에 달한다. 최근 하락 일로를 걷는 국산차의 내수 성적을 보면 그들의 약진이 위협적일 정도다.

잘나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차량 성능이나 브랜드 이미지 등의 이야기는 접어 두더라도 BMW는 한국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장사를 하는 모습이다. 7월 준공을 목표로 인천 영종도에 건설 중인 ‘BMW 드라이빙센터’가 대표적이다. 인천공항 화물센터 옆 축구장 약 33개를 지을 수 있는 부지(24만㎡)에 총 770억원을 쏟아부었다. 핵심시설인 드라이빙 트랙은 BMW고객은 물론 다른 브랜드 차 운전자들도 자기 차의 한계를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든 체험 공간이다. 길이 2.6㎞의 트랙에선 마치 전문 레이서가 된 듯 마음껏 트랙을 달려볼 수 있다. 만에 하나 사고를 방지하고자 독일에서 레이싱 전문가도 초빙해 안전교육도 시행한다.

전체 트랙을 볼 수 있는 위치에는 가족을 위한 문화 놀이공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카트를 직접 운전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트랙을 도는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연간 20만명이 방문하는 아시아 최초의 가족용 자동차 테마파크를 한국에 만들겠다는 것이 BMW의 포부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 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을 만들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BMW가 전국에 민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깔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마트와 포스코ICT 등과 손잡고 올해 말까지 전국에 60여 곳, 내년 100여 곳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곧 전국 이마트 주차장 일부가 전기차 충전 시설로 변하는 셈이다. 대형마트는 동네마다 가장 넓은 도로, 비싼 땅에 세워지기 마련이다.

접근성 면으로 보면 국내 완성차업체가 공공기관, 구청 건물, 심지어 서비스센터에 충전소를 설치하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제 차 더 팔려는 속셈”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BMW가 준비 중인 충전시설은 기아차는 물론 르노삼성, GM, 닛산 등 국내에서 시판 중인 모든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업체별로 충전기 표준이 다른 현실에서 다른 기업은 시도조차 안 한 방법이다.

이 대목에서 묻고 싶다. ‘왜 한국땅에서 이런 일을 수입차 회사가 먼저 해야 할까’라는 점이다. 자동차 담당기자를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국내에 현대·기아차에 대한 안티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비난 정도의 지나침이나 사안별 시시비비를 떠나 현실이다. 안티의 배경에는 현대·기아차가 외국에 비해 한국 소비자를 홀대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어느덧 글로벌 5위란 위치까지 성장한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를 기반으로 한 발짝 더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98년 역사를 지닌 경쟁자의 장사법을 눈여겨봤으면 한다.



whoami@seoul.co.kr
2014-03-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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