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사이시옷 유감/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사이시옷 유감/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2-22 21:20
수정 2017-02-2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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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나무’와 ‘잎’이 결합했다. 한 단어가 되는 과정에서 소리에 변화가 생겼다. [나무잎]이 아니라 [나문닙]으로 소리가 난다. ‘ㄴㄴ’이 덧붙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소리 대신 ‘ㅅ’을 받쳐 적는다. 사이시옷이다. 그러니까 사이시옷은 ‘ㅅ’ 소리를 적은 게 아니다. 두 말이 결합해 하나가 될 때 그 사이에서 나는 소리를 ‘ㅅ’으로 표기한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유감스럽게도 사이시옷을 적는 규칙은 꽤나 복잡하다. ‘아랫방’처럼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일 때, ‘아랫니’처럼 뒷말 첫소리 ‘ㄴ’ 앞에서 ‘ㄴ’ 소리가 날 때도 표기한다. 고유어와 고유어, 고유어와 한자어, 한자어와 고유어가 결합한 말에서만 적용한다는 규칙도 있다. 한자어로 된 말은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는다.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울 때는 난감해질 수도 있다. 된소리가 나는지, ‘ㄴ’ 소리가 덧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다음 같은 말들처럼 자연스러움을 준다. ‘햇볕, 뒷일, 귓속말, 혼잣말….’ 사이시옷을 빼면 어색해 보인다. 사이시옷이 뭔가 기능을 하는 것이다. ‘등굣길, 북엇국, 최댓값, 우윳값….’ 이 말들은 거부감이 크다. 사이시옷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북녘에는 사이시옷 규정이 없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눈 내리는 바닷가’에서 ‘바닷가’는 ‘바다가’가 된다. 자연스러운 기능을 하는 ‘ㅅ’을 억지로 뺀 느낌을 준다.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문제가 아닌 듯하다. 각각의 단어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2-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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