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독립신문과 주시경/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독립신문과 주시경/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4-05 23:12
수정 2017-04-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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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한 말을 쓰는 사람과 사람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기를 서로 도와줌으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라라. 그러하므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독립기념관 주시경(1876~1914) ‘어록비’에 담긴 글이다. 1910년 ‘한나라말’이라는 제목으로 ‘보중친목회보’에 실린 주시경의 글을 옮겼다. 주시경은 쉬운 말, 분명한 말, 질서 있는 말을 바랐다. 문자는 한글이어야 했다. 나라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밑바탕을 말이라고 보았다. 그가 선택한 말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융성하다’는 ‘오르다’, ‘쇠퇴하다’는 ‘내리다’, ‘국민’은 ‘나라사람’이었다. 언론 매체에서 자주 쓰는 ‘등극’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오르다’를 썼을 것 같다. 어려워서인지 ‘등극’은 흔히 틀리기도 한다.

주시경은 1896년 독립신문 창간에도 참여한다. 독립신문은 최초로 한글을 전용한 신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신문은 창간호 논설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 신문이 한문은 아니 쓰고 다만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상하귀천이 다 보게 함이라.”

독립신문의 창간은 지금 우리가 한글을 공용 문자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언론계에서는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 신문의 창간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4-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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