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오너라, 가거라/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오너라, 가거라/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8-30 22:28
수정 2017-08-3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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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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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의 일부다. 주인공 이몽룡은 춘향에게 사랑이라면서 계속 명령조다. ‘이리 오너라’, ‘저리 가거라’라고 한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권위적이고 격식적인 말투로 비친다. 어미 ‘-너라’와 ‘-거라’가 더욱 그렇게 느껴지게 한다.

이전 시기 ‘오다’와 ‘가다’에는 ‘사랑가’에서처럼 명령형으로 ‘-너라’와 ‘-거라’가 붙어 쓰였다. 다른 말들처럼 ‘-아라’가 붙지 않았다. 규칙에서 벗어나 특이하게 ‘-너라’와 ‘-거라’가 붙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권위와 압도의 어감까지 가졌을지 모른다.

오랫동안 ‘오다’의 명령형은 ‘오너라’가 차지했다. 규범이란 갑옷을 입혀 ‘오거라’, ‘와라’를 멀리하게 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오너라’와 거리를 뒀고, ‘와라’를 선호했다. 그 결과 지금은 ‘오너라’, ‘오거라’, ‘와라’ 모두 규범의 틀 안으로 들어와 있다. ‘오다’에 ‘-거라’를 붙여도, ‘-아라’를 붙여 ‘와라’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한때 ‘가다’에만 붙여야 인정을 받았던 ‘-거라’는 ‘오다’는 물론 다른 동사들에 붙여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보거라’, ‘웃거라’, ‘쉬거라’라고 해도 규범을 벗어난 형태가 아니다.
2017-08-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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