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스러운’과 ‘-스런’/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스러운’과 ‘-스런’/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8-06-13 21:24
수정 2018-06-13 21: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를 뽑았다.” ‘뽑다’는 ‘뽑았다’로 쓰일 때도, ‘뽑아, 뽑으니, 뽑는’일 때도 받침 ‘ㅂ’이 그대로 있다. 변하지 않는다. ‘눕다, 줍다, 가깝다’ 같은 말들과 다르다. 이 말들은 ‘ㅂ’이 ‘우’로 바뀌어 나타난다. ‘누운, 주운, 가까운’처럼 활용된다.
이미지 확대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스럽다’가 붙는 말들도 같다. ‘자연스럽다, 자랑스럽다. 맛깔스럽다’도 ‘자연스러운, 자랑스러운, 맛깔스러운’처럼 ‘ㅂ’이 ‘우’가 된다. 그런데 이 말들은 여기서 더 나간다. 줄어서 ‘-스런’으로 쓰이기도 한다. 입말에서는 그럴 때가 더 많다. 입말을 그대로 옮겨 글에서도 ‘자연스런, 자랑스런, 맛깔스런’이라고 하는 예가 흔하다.

‘-스런’이 오래된 쓰임이지만 여전히 시비가 붙는다. 맞춤법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움찔할 수밖에 없다. ‘ㅂ’을 ‘우’로 적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고마운’, ‘아름다운’ 같은 말들에서는 반드시 ‘우’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여기에 맞추는 게 옳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지적 앞에서 ‘-스런’은 틀린 말이 돼 버린다.

한데 정확히 말하면 ‘-스런’은 맞춤법의 문제는 아니다. 표준어와 비표준어의 문제다. 그러니까 틀리고 맞고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스런’이 비표준어라면 표준어를 선택할 것이냐, 비표준어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가 된다. 선택은 자유다. ‘-스런’이 틀렸다는 지적은 언어생활을 어렵게 할 뿐이다.

2018-06-1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