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에세이/김용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에세이/김용택

입력 2016-10-07 18:08
수정 2016-10-08 00: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에세이/김용택

한 아이가 동전을 들고 가다가 넘어졌다.

그걸 보고 뒤에 가던 두 아이가 달려간다.

한 아이는 얼른 동전을 주워 아이에게 주고

한 아이는 넘어진 아이를 얼른 일으켜준다.

넘어진 아이가 울면서 돈을 받고

한 아이가 우는 아이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준다.

“다친 데 없어?”

“응”

“돈은 맞니?”

“응”

박현웅  ‘Bon bon-하늘을 보듬다’
박현웅 ‘Bon bon-하늘을 보듬다’ 홍익대 대학원 공예디자인학과 졸업, 선화랑 등에서 개인전 33회.
80㎝×52㎝ 나무에 아크릴
살아갈수록 왜 친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 나만 그렇다고 한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아갈수록 그러하다니 살아가는 곳의 문제일 공산이 가장 크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된 것일까? 다행히 세 명은 아이다. 남의 불행을 경쟁 구도 속에서 계산하지 않고 나의 선행을 경제 논리로 환산하지 않는다. 다행히 세 명은 친구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다거나 남자가 씩씩하지 못하다며, 불행의 원인을 당사자의 역할 실패로 돌리는 무지막지함이 없다. 여전히 그런 친구일 때, 그들은 어느 때보다 사람이다.

며칠 전 한 대학병원을 지나가며 좋은 친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불가능한 세계를 보여 줄 때조차도 시는 늘 자유로운 사람의 편에 서 있다. 그래서 시를 말하는 일을 나는 사람을 말하는 일처럼 하고 싶다.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은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 박사 과정.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2008년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시작문학상 수상.
2016-10-08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