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느릅나무에게/김규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느릅나무에게/김규동

입력 2018-08-30 17:08
수정 2018-08-3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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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에게/김규동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

8ㆍ15 때 소련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되었나

산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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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과 청진동에서 해장국 한 그릇 먹은 적 있다. 돌아가시기 전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보았다면 마음이 좀 편해지셨을까. 판문점 회담 4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답답함과 깊은 갈증을 느낀다. 미국이 말한다. 너희가 가진 것 주머니 속 먼지까지 다 털어내고 실밥을 확인한 후 종전선언도 하고 경제제재도 풀겠다. 협상이란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신이 기본이다. 얼간이가 아니라면 북이 동의하겠는가. 남북이 만날 때 형제며 약자인 북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들어주고 미국을 설득하자. 남ㆍ북ㆍ미가 서로의 손을 덥석 잡는 그날을 7500만 반도의 생령들은 간절히 보고 싶은 것이다.

곽재구 시인
2018-08-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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