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린 엄마/라빈드라나드 타고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린 엄마/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입력 2019-04-18 17:36
수정 2019-04-1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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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리밍 - 맑은 시내(69.4×70.2㎝ 종이에 잉크, 채색)
톈리밍 - 맑은 시내(69.4×70.2㎝ 종이에 잉크, 채색)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수묵화가. 인물의 형상을 흐릿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 엄마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강변의 일꾼들이 벽돌을 구울 흙을 하루 종일 파고 또 팝니다

일꾼의 어린 딸 하나 매일 나루터에 나와 그릇을 닦고 빨래를 합니다

물을 긷고 밥을 하고 오두막 청소를 하느라 아이는 일개미처럼 허리가 휩니다

아이가 달려갈 때면 아이의 팔찌가 쇠그릇에 부딪는 소리가 납니다

아이의 남동생은 알몸의 까까머리, 진흙투성이가 되어 누나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러다가 누나가 시키면 강둑에 앉아 풀 시계를 만들며 일이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립니다

저녁이 오면 누나는 머리에 물 단지를 이고 오른손에 동생 손을 잡고

왼쪽 허리춤에 씻은 접시를 받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누나도 아직 아이지만 엄마가 없으니 누나가 어린 엄마입니다

***

강변 풀밭 길에 꽃들 한창입니다. 냉이, 민들레, 금창초, 제비꽃, 광대나물꽃… 풀밭 길을 걷는다는 것은 꽃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예요. 풀밭 곁 자전거길이 있습니다.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는데 시멘트의 벌어진 틈 사이에 제비꽃 한 송이가 피어 있군요. 허리 구부리고 안녕, 눈 맞추는데 보라색 꽃잎 뒤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 나옵니다. 등에 까만 점 다섯 개가 있어요. 점을 보고 있는데 꽃잎 뒤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가 또 나와요. 누나와 동생 같군요. 동생은 누나가 시키는 대로 풀 시계를 만들고 놉니다. 나도 오늘 토끼풀꽃 시계 하나를 만들어 찹니다.

곽재구 시인
2019-04-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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