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모우전구冒雨翦韭/김인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모우전구冒雨翦韭/김인호

입력 2022-03-17 20:06
수정 2022-03-18 04:1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모우전구冒雨翦韭/김인호

태풍이 큰 탈 없이 지나간 아침

AZ 2차 접종을 하고 누웠는데

구례 지나는 길이라며 점심을 함께하자는 벗의 전화에 우산을 받쳐 들고 나섰다

식사 후에 비 내리는 화엄사 경내 한 바퀴 돌아 구층암에 올라

덕제스님 죽로차 대접을 받고 내려와 벗을 보냈다

모우전구冒雨翦韭

비가 와도 부추를 솎아 친구를 대접한다는 옛말도 있으니

백신 맞은 사람이 비 맞고 싸돌아다닌다는 잔소리쯤은 들어도 괜찮다

3월에 내가 공식적으로 만난 사람이 10명쯤 될 듯하다.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시를 이야기한 사람들이다. 그중 3명이 오미크론 확진이다. 셋 중 젊은 28세 친구는 시를 쓴다. 마음에 드는 시집을 만나면 한 권을 필사해서 선물한다. 목이 붓고 온몸이 멍석몰이를 한 듯 아프다고 한다. 한 친구는 새와 꽃을 좋아해서 나라 안팎 곳곳을 쏘다닌다. 몽골 초원에 핀 꽃들과 나무, 새들의 이름을 다 안다. 한 친구는 아름다운 사례를 찾아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와 이야기를 하다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셋 모두 착한 사람이다.

아침에 카페 ‘짙은’에서 시를 쓰고 강을 따라 걸어가는데 목이 살살 아프다. 콧물도 좀 나온다. 약국에서 자가검진 키트를 구입했다. 나도 착한 사람의 대열에 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곽재구 시인
2022-03-1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