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영 화가
길고양이들은 더한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어제도 집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한참을 데크에서 기다리는 녀석들. 서로 만나면 또 등이 파이게 싸운다. 싸우다가도 다시 찾아와 기다리는 고양이들.
싸우고 경쟁하지만 그들은 최소한 보살핌이 필요한 여리고 약한 존재이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망이 투사된 것일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잠시라도 어깨의 긴장을 풀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맘 놓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그렇지 아니한가. 경쟁으로만 내몰리는 생활, 서열 속에서 또 왕따를 당해 피폐해지는 현실 속에서 겨우겨우 견뎌 가는 모습을 흔히 마주한다. 꼭 쫓아내야 하는지, 굴종시켜야 하는지, 척을 지고 도외시해야 하는지, 차별해야 하는지.
추위를 앞두고 서로 외투를 빼앗는 경쟁이 아니라 따스한 모닥불을 피워 낼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 누구에게나 한기가 찾아들고 달빛은 스며든다.
2020-10-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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