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늘리다와 늘이다/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늘리다와 늘이다/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11-04 20:22
수정 2020-11-05 02: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겨울맞이 옷장 정리 끝에 세탁소를 찾았다. 오랜만에 본 세탁소 주인에게서 “한동안 허리 사이즈를 ‘늘리러’ 오는 손님이 많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의 부작용으로 확‘찐’자가 늘었다는 게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나 보다.

‘늘다’에서 파생된 말로 단어 간 쓰임의 경계가 애매해 헷갈리는 말이 있다. ‘늘리다’와 ‘늘이다’가 그것이다.

‘늘리다’는 ‘물체의 넓이, 부피 따위를 본디보다 커지게 하다’, ‘수나 분량 따위를 본디보다 많아지게 하거나 무게를 더 나가게 하다’, ‘힘이나 기운, 세력 따위를 이전보다 큰 상태로 만들다’ 등의 뜻을 가진 동사다. ‘주차장의 규모를 늘리다’, ‘학생수를 늘리다’처럼 쓰인다.

‘늘이다’는 ‘본디보다 더 길어지게 하다’, ‘선 따위를 연장하여 계속 긋다’란 의미를 지닌다. ‘고무줄을 늘이다’, ‘바짓단을 늘이다’, ‘엿가락을 늘이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의 길이에서 힘에 의해 확장된다는 느낌이 들거나 커튼이나 발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 들면 늘이다를 쓴다.

즉 길이는 늘이다, 길이 이외의 것은 늘리다가 맞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허리 사이즈는 ‘늘리는’ 걸까 ‘늘이는’ 걸까.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허리 둘레(길이)를 길어지게 한 것이므로 ‘허리 사이즈를 늘이다’로 표현하는 것이 바르다’고 답해 놓았다.
2020-11-05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