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00만원으로 ‘동해 외교’ 가능하겠는가

[사설] 5000만원으로 ‘동해 외교’ 가능하겠는가

입력 2011-08-17 00:00
수정 201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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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외교부 예산 1조 5000억원 가운데 동해 표기 관련 예산이 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어제 외교부로부터 받은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그야말로 쥐꼬리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놀랍다. 독도 영유권과 연계해 그 어느 때보다 동해 표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라서 이 같은 예산으로 과연 외교무대에서 우리의 뜻을 제대로 관철시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특히 최근 미국이 동해 대신 일본해를 단독 표기한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고, 영국도 일본해 단독 표기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렇다.

동해 예산 5000만원도 담당과인 유엔과에서 사용하는 사무용품 비용 2600만원과 업무추진비 300만원을 빼면 국제기구 방문 등 실제 동해 외교를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은 2180만원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마저도 지난해 동해 외교 예산 2000만원에서 대폭 상향된 것이라고 한다. 꼭 예산을 많이 책정해야 외교적 성과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적은 예산을 들여 효율적으로 외교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 외교부가 알뜰살뜰 살림을 아끼며 열심히 외교했다고 믿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외교부의 동해 외교에 대한 홀대 내지 무관심을 보여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외교부 예산에 ‘동해 외교비’가 책정된 것이 불과 2년 전이기 때문이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담당국인 국제기구국 내의 기본 경비나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등을 전용해서라도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담당자를 비롯한 외교라인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해도(海圖)의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 산하 ‘해양경계 실무그룹’ 소속 27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것에 반대한다니 아직은 희망이 충분하다. 관련 회원국을 상대로 외교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

2011-08-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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