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입생 못 채우는 카이스트 환골탈태해야

[사설] 신입생 못 채우는 카이스트 환골탈태해야

입력 2013-01-29 00:00
수정 2013-01-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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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1971년 개교 이래 가장 낮은 84%로 떨어졌다. 사상 처음 추가 모집까지 나섰지만 850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다른 대학들의 추가합격 발표가 끝나면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어 최종 등록률은 더 낮아질지도 모른다. 카이스트의 등록률은 지난해에도 89%로, 2008년 106%를 기록한 이후 80~90%대를 맴돌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는 명성을 누려온 특별한 대학이 이러다가 그렇고 그런 대학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카이스트는 과연 이 같은 위기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추가모집 미달사태까지 부른 카이스트의 수모는 갈수록 심화되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걸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서울대·포항공대 등 경쟁 대학들이 장학금 지급을 늘린 데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이라면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야 할 대목이다. 그런 안이한 자세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하다.

한때 대학 개혁의 전범으로 꼽힌 ‘서남표 신드롬’의 명암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카이스트의 오늘은 이렇게 초라하지 않을 것이다. 서남표 총장의 ‘불통’ 리더십은 끝없는 학내 갈등을 불러왔다. 하지만 교수 정년 심사를 강화해 ‘철밥통’ 교수사회를 흔들어 깨운 것은 누가 뭐래도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획기적 조치였다. 100% 영어수업 또한 현실 부적합성과는 별개로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교육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학생도 교수도 고달팠지만 카이스트의 세계 대학순위는 꾸준히 상승했고 기부금 또한 크게 늘었다. 서남표식 개혁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다. 이공계 기피 풍조를 탓하고 장학금 타령을 하기 전에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카이스트는 모레 이사회를 열어 신임 총장을 선출한다. 세계적인 과학기술 연구중심 선도대학으로 거듭나게 할 책무가 그에게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현실 안주는 금물이다. 학내외에 만연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못다한 개혁을 완수하는 것만이 카이스트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2013-0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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