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유엔 인권결의 수용해 변화 의지 보여라

[사설] 北, 유엔 인권결의 수용해 변화 의지 보여라

입력 2014-11-20 00:00
수정 2014-11-2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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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포함한 실질적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어제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됐다.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2005년 이후 10번째가 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하는 등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대한 책임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적시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기고 안보리는 COI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인권문제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유엔총회 전체회의는 산하 위원회에서 채택한 결의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관례라 사실상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다고 볼 수 있다. 유엔총회 인권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 최고위층의 책임과 ICC 회부 등을 거론해 북한 외교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를 ICC에 회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안보리에서 추가로 논의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COI의 권고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 인권문제는 전체주의 국가의 폐쇄성과 체제 유지와 맞물려 있고 주변국의 정치적 입장과 복잡하게 연계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그동안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은 인정하지 않고 집단적 인권만을 우선시하는 ‘우리식 인권’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개선 목소리를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번 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대주의 정책의 일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재 지구상에 80여개에 달하는 국제인권규범이 존재하고 130여개 이상의 국가들이 유엔인권규약에 가입해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 보편타당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결의안의 진지성과 심각성을 인지해 북한 지도부는 ‘소귀에 경 읽기’식으로 나올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 개선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궁극적 목적이 북한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권개선이라면 현실성 있는 전략에 따라 북한 인권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 결의안이 현실성 있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모멘텀을 만들어 지속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인권침해의 직접적 피해자가 북한 주민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북한과 다자인권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인권대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북한 인권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규모를 늘려나가는 단계적·상호주의적 접근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014-1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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