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싼 커피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사설] 비싼 커피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입력 2015-01-13 18:08
수정 2015-01-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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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만 체결하면 관세 인하로 수입 물가가 크게 떨어진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일부 수입 농식품 품목의 국내 가격은 오히려 올랐거나 선진국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 6월과 10월에 서울을 포함해 세계 13개국의 주요 도시에서 42개 농축산물·가공품의 가격을 조사해 그중 8개 품목은 한국 판매 가격이 가장 높다는 결과를 그제 내놓았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와 칠레 와인인 몬테스알파 카베르네소비뇽의 가격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비쌌다. 이탈리아산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미국산 체리, 미국산 톰슨 시들리 청포도는 거의 최고가 수준으로, 원산지 가격과 비교하면 각각 2.8배와 2배, 1.9배였다. 특히 체리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00g당 1780원으로, 한·미 FTA 발효 직후인 2012년 6월과 비교했을 때 2년 만에 42.4%나 올랐다. 농식품에 붙은 관세가 사라졌거나 낮아졌고, 심지어 환율마저 내려갔는데 이런 분통 터지는 일이 왜 벌어진 것일까. 간단하다. FTA 관세 인하 효과를 독점 수입업체가 독점하거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칠레 와인과 미국 커피다. 2004년 한·칠레 FTA로 2009년부터 관세가 철폐됐지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데 대해 정부도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정부는 FTA 체결에만 힘을 쏟았을 뿐 그 효과가 확산할 수 있는 시장구조, 즉 수입업체 다변화를 통한 경쟁의 활성화나 유통구조의 개선 등에 충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의미다. FTA로 수입업체 배만 불려 준 꼴이다.

미국에서 2477원에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국에서는 4100원을 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마셔야 하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 한국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13개국 커피 평균 가격 3207원과 비교해도 28%가 비싸다.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보다 싸게 마셔야 할 스타벅스 커피를 오히려 비싸게 마시고 있으니 한국의 소비자는 역시 봉이다. 정부가 FTA로 한국 기업의 경제 영토를 넓혀도 소비자가 관세인하의 과실을 따먹을 수 없다면, 이런 FTA를 왜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일기 전에 해당 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정부도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2015-0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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