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전화 비번 공개법’ 지시 추 장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사설]‘휴대전화 비번 공개법’ 지시 추 장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입력 2020-11-14 05:00
수정 2020-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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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강제하는 법안인 이른바 ‘한동훈 금지법’ 검토를 지시한데 대한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검찰의 인권수사를 독려, 감시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인 법안 검토를 지시한 것은 이해불가인데다 용납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실효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인데 브레이크가 파열된 듯한 추 장관의 폭주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휴대전화 비번 공개법’은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서 나왔다. 추 장관은 한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 과정에서 빚어진 정진웅 광주고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뒤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사실상 멈춰버린 이유가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는 한 검사장 탓이라며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취지로 법안 검토를 법무부에 지시했다.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자체도 문제지만 이렇게 수사편의만 도모하는 충격적인 발상은 검찰개혁이란 명분에도 어긋난다.

우선 피의자의 묵비권 등에 비춰봤을 때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혐의를 의심받는 사람이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권리는 법치주의 국가라면 반드시 보장하고 있다. 이른바 자기부죄거부 특권이다. 우리 헌법 12조2항에도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누구든지 자기의 범죄행위를 알리거나 자백할 의무도 없다. 피의자의 범죄행위를 입증해야할 책임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있는 것이다.

형사 피고인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수사편의만 생각해 강제수사의 범위를 넓혀 나갈수록 인권침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정의당조차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제와 불응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형사법상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 추정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추 장관은 국민 인권을 억압하는 잘못된 지시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측근인 한 검사장이 아무리 눈엣가시같다고 해서 해서는 안될 일까지 하면서 몰아부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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