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서울시에는 21곳의 시립청소년수련관이 있다. 2021년까지 ‘1자치구 1청소년수련관 시대’를 열고 혁신적 교육 거점 시설로 확대·재편하는 중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에 걸맞은 진로 체험과 직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군사 정권 시기 비행·문제 청소년을 수용하고 정신적으로 순화하기 위해 만들어져 여전히 ‘수련관’이란 명칭으로 불린다. ‘청소년 수련관’ 하면 강제적으로 수용돼 신체적·육체적 수련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지난해 9월 ‘서울시 청소년 포럼’에서 어린이·청소년 참여위원들은 ‘청소년수련관’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 어감 자체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불편한 이름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규 교육 과정을 못 마쳐 학교로부터 제적·퇴학 또는 자퇴한 청소년을 뜻한다. 마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비정상’으로 보는 듯한 이분법적 사고가 느껴진다. 제도권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은 얼마든지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은 9만여명(2017년 기준)이다.
서울시는 불편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명칭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절차에 따라 조례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란 용어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을 만들며 법률 용어가 돼 이를 고치는 작업도 필요하다. ‘청소년수련관’도 여기에 포함된다. ‘학교 밖 청소년’은 ‘자율 청소년’ 또는 ‘마을 청소년’으로 ‘청소년 수련관’은 ‘청소년 센터’ 등이 어떨까. 모든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란 시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누군가의 이름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상처와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9-01-21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