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간/허남주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시간/허남주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8-24 00:00
수정 2011-08-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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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을 병 속에 담아둘 수 있다면….’ 지하철 내에 울려퍼지는 올드 팝송에 귀가 쏠렸다. 망설임 없이 팝송 CD를 팔고 있는 상인을 불러세웠다. 복제판이란 게 살짝 걸렸지만 꼭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잊고 있었던 짐 크로치의 노래를 흥얼거리니 시간의 태엽이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 싱어송라이터였던 그는 사랑하는 노래로 인정 받고, 갓 태어난 아들로도 행복하던 때 이 노래를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왜 그토록 아쉬웠을까. 병 속에 시간을 담아뒀다가 나중에 함께할 것을 노래했지만 아쉽게도 이듬해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이 노래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그의 아내는 남편을 추억하며 카페를 운영한다던가. 이런 게 삶일까. 시간을 병 속에 담아두는 것보다 지금 잘사는 것이 좋다고 노래가 말하는 것 같다.

처서를 기점으로 하늘이 가을로 가득하다. 아껴두지 말고 이 가을을 지금, 마음껏 즐겨야겠다. 그런데 이 노래, 옛날엔 이렇게 슬프게 들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허남주 특임논설위원 hhj@seoul.co.kr
2011-08-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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