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10루피 목걸이/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10루피 목걸이/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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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는 집요했다.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어디서인지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10루피, 10루피!’를 외치며 떨어질 줄 몰랐다. 아이의 가는 팔엔 알록달록한 목걸이 수백개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깨알만 한 구슬들을 낚싯줄에 꿰어 만든 목걸이였다. 손사레 한 번에 아이는 이걸 내보이고, 두 번에 저걸 들어보이며 ‘뗀루삐’를 주문처럼 외었다. 몇 번 몸을 틀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어디로 틀지 알고 있었다는 듯 먼저 발을 떼 다시 앞에 섰다.

열살쯤 됐을까. 새까만 눈동자가 아득했다. 결국 하나를 집었고, 아이는 지갑이 닫히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다급하게 ‘하나 더! 하나 더!’를 외쳤다. 아이는 100루피를 받았고, 덤을 얹어 12개를 건넸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금, 손목엔 아이의 목걸이가 감겨 있다. 200원짜리다. 얼핏 세어 보니 구슬이 대충 670개…. 이걸 아이는 얼마 동안 만들었을까. 인도에선 한해 9만명의 아이가 납치된다는데, 그 아이는 저녁에 어디로 갔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10루피에 너무 많은 걸 받고 말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2-10-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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