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유 있는 차별/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이유 있는 차별/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3-02-22 00:00
수정 2013-02-22 00:2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웬만하면 드러내놓고 성차별을 하지 않는 요즘이다. “여자가 감히!”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가는 간이 크다는 소릴 듣는다. 그럼에도 대 놓고 성차별을 하는 곳이 있다.

서울 중구 다동에 3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칼국수집으로 남자 동료 3명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음식이 나왔을 때는 몰랐는데 다 먹고 나서 보니 내 그릇이 다른 그릇보다 크기가 작았다. 여자라서 작은 그릇에 담아 준 것이란다. 같은 양을 주면 여자 손님들은 다 먹지 못하고 남기기 일쑤다.

주인 입장에선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쓰레기가 되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터.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작은 그릇이다. 가격은 차이가 없다. 다 비울 자신이 있으면 보통 그릇에 달라고 하면 된다. 하긴 작은 그릇에 담아 나온 칼국수도 내게는 많은 듯했다.

이 집 칼국수는 싸고 맛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단까지 빼곡했다. 여성들도 꽤 많았다. 이유 있는 차별에는 토를 달지 않는 법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3-02-22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