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소극장 비빔밥/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소극장 비빔밥/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3-08 00:00
수정 2013-03-08 01: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 창덕궁 인근 북촌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후배가 얼마 전 극장 옆에 비빔밥집을 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소극장과 비빔밥이라…. 둘 간의 연결 고리를 찾으려니 생뚱맞은 구석은 있다. 그런데 “연극을 본 뒤 비빔밥으로 시장기를 달래라는 뜻”이란 그의 장광설을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후배의 이런 시도는 공연가에 드리워진 불황 때문일 게다. 공연을 보는 관람객이 제법 이어지고 있다니 그의 의도는 들어맞았다. 가족극을 주로 준비해 아이를 동반한 여성 손님이 많다고 한다. 공연과 음식을 버무린 그만의 ‘레시피’가 퍽 궁금해진다. 칠첩반상은 분명 아닐진대, 놋쇠그릇에다 비벼 먹던 ‘그때 그 맛’을 살렸을까.

며칠 전에 그가 “공연 보러 오라”며 목에 힘 실린 전화를 했다. 후배의 닦달이 무슨 뜻인지를 알기에 무심함을 탓해 본다. 그는 공연 수익금으로 기아대책 단체와 다문화가정에 후원도 한다. 요즘 서울 대학로의 유명 소극장들도 임대료 상승 등으로 꽤 어렵단다.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는 곳도 여럿 있다고 한다. 후배의 이번 시도가 불황을 뚫고 지속됐으면 좋겠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3-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