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소한 기록/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사소한 기록/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3-06-25 00:00
수정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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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정초에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다소 엉뚱한 연유에서였다. ‘나이가 더 들어서 혹시라도 치매에 걸려 과거의 기억을 몽땅 잊어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참담할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일기라기보다 하루에 있었던 일의 기록이다. 사소한 것들도 적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 내용, 어떤 일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는 단상(斷想), 여행을 갔다면 상세한 이동 경로와 먹은 음식 등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받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고 뇌의 용량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뇌는 선별해서 기억해 스스로 과부하를 막는다고 한다. 가령, 집 출입문 비밀번호는 만취가 되어도 기억해 내지만 대중목욕탕 옷장 번호는 목욕탕에서 나오면 잊어 버린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어 버리는 일이 잦아져 걱정이다. 집안에 벗어둔 안경을 찾으려고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찮은 것까지 써 놓은 일기장을 늙어서 펴보았을 때 얼마나 기억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3-06-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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