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레인부츠/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레인부츠/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7-11 00:00
수정 2013-07-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름 장마철만 되면 출퇴근길에 비싼 가죽구두가 비에 쫄딱 젖어 망가지기 십수년. 이태 전 큰맘 먹고 나름대로 이름 있는 브랜드 고무 샌들을 마련했다. 그러나 나이 탓인지, 버스의 빵빵한 에어컨 탓인지 발이 젖은 날엔 때아닌 여름감기가 들기도 해 최근 ‘길거리표’ 레인부츠를 새로 장만했다. 고무장화이지만 레인부츠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이나 샤넬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은 55만~65만원대인데 올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겨울에도 레인부츠를 신는 여성이 적지 않으니 사철 패션이 된 셈이다.

해외 브랜드의 고무 샌들과 장화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면서 패션과 기업가 정신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속옷 같은 밋밋한 디자인의 검정 고무신, 흰 고무신을 줄곧 신어왔지만 형편이 나아지자 가난의 상징처럼 보이는 고무신을 이내 외면했다. 여름이면 으레 장마와 태풍에 시달리는 우리에겐 젖지 않는 고무신이 꼭 필요했는데 말이다. 몰래 내다버리고 싶은 ‘하찮은’ 물건 속에도 늘 새로운 부가가치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7-1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