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형제지간/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형제지간/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8-29 00:00
수정 2013-08-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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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에 동서, 처남과 함께한 자리에서 “친형과 단둘이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는 처남의 말에 사뭇 놀랐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형님의 권위의식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나이 오십임에도 단둘의 술자리를 청하기가 어렵단다. “아무려면 그 정도일까” 싶었지만, 나도 형제간에 술을 놓고 마주한 적은 명절 말고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어릴 때 허물없던 형제 관계는 대체로 결혼한 뒤엔 복잡미묘해지는 듯하다. 집안 대소사 때나 명절 때엔 그리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질 못한다. 집안 일 등을 두고 서로 어깃장을 놓다가 자리를 뜨기 일쑤다. 주위의 경험담도 비슷하다. 형제보다는 조금 먼 사촌과 동서 등과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자리가 더 즐겁고 편하다는 말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의좋은 형제’ 우화를 떠올려 본다. 어렵게 살던 형제가 매일 밤 추수한 볏단을 형님은 아우의 논에, 아우는 형님의 논에 옮기다가 마주쳤다는 이야기다. 혹여 형제간 이해타산에 젖어 금과옥조 같은 우애를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살가운 가족 술자리를 만들어 보자.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8-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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