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직장 문화/박찬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직장 문화/박찬구 논설위원

입력 2014-01-09 00:00
수정 201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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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업무의 연장이었다. 삼겹살을 씹으며 업무 지시를 받고, 술잔을 비우며 선배에게 일의 요령을 귀동냥했다. 자정 너머 마지막까지 남으면 ‘그놈 자세 좋다’, ‘쓸 만하다’라는 입소문이 돌았다. 2000년대에도 한동안 그런 회식 문화가 이어졌다.

회식과 야근은 잦았지만 휴가는 짧았다. 휴가를 신청할 때면 왠지 주눅이 들었다. 개인보다 조직, 나보다 회사의 논리가 먼저였다. 공직에 있는 친구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문화 바꾸기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일과 가족, 여가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근로문화를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기업은 회식과 야근을 없애거나 줄이고 휴가를 장려한다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 오는 것일까. 그래도 선후배가 함께 어울리며 부대끼던 회식 자리는 그리울 것 같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20대의 61.2%가 회사에 다니는 목적을 ‘돈벌이’라고 답했다. 50대의 43.0%는 ‘자아실현’을 우선으로 꼽았다. 직장 문화가 바뀐다고 해서 사람 냄새나 열정까지 사라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1-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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