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반전지처(反轉之處)/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반전지처(反轉之處)/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1-20 00:00
수정 2014-01-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욕실의 담배 냄새로 고통을 겪던 지인이 ‘민원’이 해결됐다며 저간의 사정을 전해 왔다. 그는 하루에 몇 번씩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했던 터. 수십 차례 부탁을 하고 애원도 해 보았지만 좀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담배 냄새를 희석시키려고 향수까지 동원하는 고약한 행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냄새 고통은 엉뚱한 데서 해결됐다. 한 달여 전 저층 집에서 욕실문 페인트칠을 한 뒤 그 위층 주민들이 환기구를 통해 올라온 독한 시너 냄새에 하루 종일 시달렸던 것.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그 다음 날부터 담배 냄새는 거짓말처럼 없어졌단다. 지인은 “시너 냄새가 담배를 피우던 아래층 주민에게 고통을 깨닫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요즘 타고난 ‘오복’(五福)에 더해 ‘육복’(六福)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이웃을 잘 만나는 것도 최고의 복’이란 뜻이다. 독한 자극제가 해묵은 이해타산을 해결한 ‘실력자’였다는 지인의 행복한 이야기가 영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1-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