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곤충 호텔/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곤충 호텔/박홍환 논설위원

입력 2014-04-09 00:00
수정 2014-04-0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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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늦은 오후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다가 발밑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작은 물체 하나를 발견했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유충(幼蟲) 한 마리다. 어떤 놈일까. 변태는 했을까. 어디서 왔지. 여러 궁금증이 몰려왔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벚나무와 마찬가지로 지난번 포근해진 날씨에 완전히 봄이 온 줄 알고 부근 나무에서 내려온 놈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시가 도심 곳곳에 ‘곤충 호텔’(Insect Hotel)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개집 크기의 곤충 호텔은 내부를 다섯 개 층으로 나눠 곤충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인 폐나무와 벽돌, 건초 등을 채워넣는다. 유럽 선진국에선 이미 대중화된 생태보호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형태의 곤충 호텔을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자기 집 정원과 담장 일부를 내주기도 한다. 농약 살포 등 인간의 ‘거친 손’에서 곤충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을 게다. 문득 벌 등 곤충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꽃의 수정을 돕는 곤충이 사라지면 식물도 사라질 테고, 그럼 인류는? 그러고 보면 곤충과의 공생,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4-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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