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냉면 혹은 국수/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냉면 혹은 국수/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07-21 00:00
수정 201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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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백석의 시 ‘국수’를 읽었다. 국수 얘기가 아니라 냉면에 대한 찬사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큰 관심은 없었던 시인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충만한 느낌이다.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동질감이라고나 할까.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밀가루가 흔치 않은 시절 평안도 시골의 국수란 당연히 메밀가루로 만들었을 것이다. 냉면으로 유명한 평양 옥류관도 대표 메뉴는 여전히 ‘국수’다. 냉면이란 북한 지역의 겨울 음식이던 국수가 서울에서 여름 음식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냉면이라는 표현을 조금씩 쓰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캄보디아 씨엠리아프에 있는 옥류관 분점은 ‘평양랭면’으로 표기한다.

백석의 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슴슴하다’는 표현이었다. 그는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했다. 오늘날 ‘진짜 냉면’의 육수맛을 ‘슴슴하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아마도 그 가장 이른 사용례인 듯하다. 어제는 ‘이 반가운 것’으로 점심과 저녁을 모두 해결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7-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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