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미정(未定)/박찬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미정(未定)/박찬구 논설위원

입력 2014-08-28 00:00
수정 2014-08-2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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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영화의 인조인간처럼 사람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삶의 순간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앞날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정의 상태이기에 하루하루 개인과 사회는 다양한 갈래 앞에서 선택의 망설임을 겪게 된다. 백 리를 걸어 서신을 전하던 조상들과는 달리 시공을 마음 내키는 대로 부릴 수 있는 기술 만능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앞날은 스스로 채워 나가야 할 여백으로 남아 있다.

사람은 운명을 타고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나 대구 지하철 화재같이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수많은 갑남을녀의 생명이 예기치 않게 꺼져 가는 모습을 직시하노라면 나면서부터 비극인 운명이 어디 있을까 싶다. 미정의 내일을 엇나가게 한 과거의 탐욕과 부조리가 있을 뿐이다.

광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미련함과 우유부단함은 옹졸하고 선택이 더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현재의 순간들은 다음 시간과 공간에서 누군가의 운명에 또 다른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근신과 경계로 오늘을 되짚고 내일을 결정해 나갈 일이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8-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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