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척하는 삶/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척하는 삶/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9-01 00:00
수정 2014-09-0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터넷상에서 ‘척하며’ 사는 사례를 소개하는 방송을 보고서 싱겁게 웃었다. 이를테면 고급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은 사진을 올린 게 거짓임이 나중에 탄로 난 것 등이다. 엉큼함에 빈틈 없어 보였다. ‘척하다’는 앞말을 보조하는 동사인데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모른 척, 아는 척, 하는 척, 못 본 척하다 등…. 살면서 척해야 할 경우가 많다는 뜻일 게다. 잘난 척하는 것이 그 중 꼴불견이 아닐까 싶다.

상용하지만 ‘척’의 의미를 혼동하는 것도 있다. 언젠가 ‘척하면 삼척’의 뜻을 물었더니 거의 알지 못했다. 먼저 나온 답은 강원도 삼척이었다. 여기서의 삼척은 길이 단위(한 척 22㎝)로, 자로 재지 않아도 대충 안다는 뜻이다. 지명에 갖다 붙이니 삼척의 의미를 알 턱이 없다. 석 자 키밖에 안 되는 철부지 ‘삼척동자’(三尺童子)는 어린애로 느껴져서인지 그나마 나았다. 삼척시가 이를 냅다 원용해 농수산물 사이트 ‘삼척동자 두루장터’를 만들었다. ‘삼척동자도 알게 된다’면 그만한 홍보는 없을 게다. 척함에는 삶의 여러 방편이 담겨 있다. 그런데 침 꿀꺽 삼키며 아는 척하는 것보다 ‘미련 곰탱이’로 보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9-0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