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금화/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금화/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1-25 23:52
수정 2015-01-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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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B급 액션영화 ‘존 윅’을 보면 호텔 사용료나 인건비 등의 사례로 금화를 던져 준다. 은퇴한 전설적인 킬러 존 윅은 자신의 과거를 콘크리트 바닥에 묻어 두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는 나비효과 같은 일이 발생해 느닷없이 복귀하게 되던 날 그는 대형 망치로 콘크리트 바닥을 박살 냈다. 수많은 총과 얼핏 보기에 탄창인가 싶은 노랗게 반짝거리는 ‘금화’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마피아와 대결하는 존 윅이 거주하는 땅은 미국 대도시인데 결제를 달러가 아닌 금화로 하다니,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몰락을 암시하나’라고 생각했다. 문득 존 윅의 금화 표면에는 무엇이 새겨져 있을까 궁금했다.

서유럽 등을 호령하던 고대 로마의 통화는 금화였다. 금화에는 왕관 대신 월계수로 머리를 장식한 통치자의 옆얼굴을 부조로 새겨 놓았다. 가짜가 아니라는 표시였다. 그 금화가 아프리카와 서유럽의 속주로 널리 퍼져 나갈수록 통치자는 자신과 로마의 지배를 세상에 더 알릴 수 있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신용만으로 찍어 내는 통화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날이 머지않은 것 아닌가 싶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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