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공직자의 수준/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공직자의 수준/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04-10 18:16
수정 2015-04-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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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택시를 탔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핸들을 잡으셨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을 지나치는데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3·1절 전에 청사 벽면에 대형 태극기가 걸렸는데 태극기의 오른쪽 위 귀퉁이가 말려 보기가 흉했단다. 그래서 행정자치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태극기 모양을 바로잡으라고 부탁했다. 돌아온 답변은 “담당 공무원이 자릴 비웠다. 태극기를 걸어 놓은 업체에 전화하도록 전하겠다”였다.

며칠 뒤 정부청사의 태극기는 여전히 일그러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다시 청와대 민원실로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틀 뒤 청와대 민원실에서 할아버지 휴대전화로 문자가 왔다. “청사의 태극기 업무는 행정자치부에서 합니다.”

아마도 청와대 직원은 할아버지에게 ‘친절하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제 업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직기강 운운하면 뭘하나. 제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도 한심하지만 달랑 문자 한 줄 보내는데 이틀 걸린 것도 기가 막힌다. 이게 우리 공직사회의 민낯이다. 할아버지가 일갈하신다. “태극기도 제대로 못 거는 것 보면 우리나라 꼴이 그런 것 아닌가 싶네요”.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4-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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