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거미와의 동거/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거미와의 동거/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손성진 기자
입력 2015-05-21 18:04
수정 2015-05-21 18: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승불교에서 보살이 범해서는 안 되는 열 가지를 십중대계(十重大戒)라 하는데 제1계가 불살생계(不殺生戒),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처님 앞에 절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찮은 생명이라도 가볍게 보지 않으려는 마음은 있다. 길에 돌아다니는 개미들을 밟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기도 한다.

우리 집 안방 장롱과 벽 사이에 언제부턴가 거미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새끼손톱만큼 제법 큰 녀석인데 밖에 나와 있다가도 근처에라도 가면 틈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거미의 출몰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불경깨나 읽은 아내는 징그러워하기는커녕 기꺼이 동거를 허락하고 나도 동의한다.

만약 바퀴벌레라면? 스님은 모기도 잡지 않을까? 해충의 살생에 대해서는 불가(佛家)에서도 설왕설래하는 모양이다. 다만, 해충을 죽이는 것도 똑같은 살생으로 본다고 한다. 그래서 모기나 파리도 죽이지 않고 쫓을 뿐이다. 일본 에도시대의 선승(禪僧)인 료칸(良寬)은 벼룩을 눌러 죽이지 않고 데리고 놀았다고 한다. 겨울이면 툇마루에 늘어 놓고 일광욕을 시켜 주고 해가 떨어지면 자신의 옷 속에 넣어 주었다고 하니 가히 범접할 수 없는 불심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5-05-2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