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수제 비누/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수제 비누/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6-18 18:06
수정 2015-06-1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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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가 있다고 할까 어려서부터 손을 사용해서 하는 것을 좋아했다.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양반집 자제’라며 꼭 배워야 한다는 부친의 강압으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서예를 했고, 취미로 그림도 오랫동안 그렸다. 1970년대에는 내핍이 일상화된 터라 엄마들이 재봉틀로 자녀 옷을 만들어 주는 일이 많았는데,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집 안에 색깔이 고운 비단이나 실크 쪼가리들이 돌아다녔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는 헝겊을 모아서 인형을 만들고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면서 놀았다. 가사 실습 시간에 전통 수놓기 숙제는 그렇게도 싫어했는데, 취향이 바뀌는지 30대 초에 십자수를 배워서 여기저기 선물을 많이 했다. 겨울이면 평생을 자식들 겨울옷 뜨개질로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팠다던 엄마의 노고를 외면하려고 뜨개질만은 피해 다녔는데, 뜨개질 취재로 남대문 시장에서 털실을 사서 한 계절 뜨개질에 몰두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수제 아로마 비누를 만들고 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0.01g을 측정하는 수십만원짜리 저울까지 갖춰 놓고 조향 작업을 하고 있다. 비누 향기가 너무 좋다는 칭찬에 으쓱으쓱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6-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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