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통과의례/서동철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통과의례/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5-09-06 18:06
수정 2015-09-0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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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은 편한 신발의 대명사처럼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집에서 고무신을 신었던 적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 가는 데는 고무신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편해 보이는 고무신도 새것을 신으면 조금만 걸어도 발뒤꿈치가 아파 오는 것이었다. 통증을 참아내고 까진 뒤꿈치의 상처가 아물 때쯤에야 편해졌다.

초·중·고 시절 새 운동화를 신으면 언제나 발이 아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신발에 발을 맞추는 기간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신발장에는 십년이 훨씬 넘도록 신은 적이 없음에도 먼지만 쌓여가는 구두도 있다. 유명한 브랜드라지만 내 발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지금도 새 신발은 그리 편치 않다.

집 주변 공원을 걸을 때 신는 운동화가 있다. 6~7년은 잘 신었는데 엊그제는 뒤꿈치가 아파 오는 것이었다. 뒤꿈치를 감싸는 천이 해지면서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이 운동화도 처음에는 한동안 어색했다. 새 운동화를 사면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신발조차 내 것으로 만들려면 통과의례가 필요하구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9-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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