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효도계약서/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효도계약서/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5-12-28 23:08
수정 2015-12-2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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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팔순을 넘긴 부모님을 둔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수천 평에 이르는 부친 명의의 전답 때문이다. 시가 십수억원쯤 한단다. 돌아가시기 전에 처분해 자식들에게 나눠 줬으면 하는데 전혀 낌새가 없다는 것이다. 말은 안 하시지만 재산이 없으면 자식들이 모른 체할까 봐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농담으로 “계약서라도 한 장 써 드려”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명답’이 되어 버렸다.

27일 나온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을 증여하면서 계약서로 부모 부양 조건을 명시했는데 아들 부부가 약속을 어기자 집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내 이긴 것이다. 효도를 계약서로 남기는 현실이 서글프면서도 그의 ‘선견지명’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보면 ‘은혜를 모르는 자식을 두는 것은 독사의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명대사가 나온다. 두 딸로부터 보살핌을 받기로 하고 권력과 국토를 모두 나눠 줬다가 버림받은 리어왕이 어리석은 자신을 원망하면서 뱉은 말이다. 그때 효도계약서라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 본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5-12-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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