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대한(大寒) 스케치/강동형 논설위원

[길섶에서] 대한(大寒) 스케치/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1-22 18:00
수정 2016-01-22 20: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한(大寒)이 몰고 온 동장군이 연일 맹위를 떨친다. 기상 앵커는 “오늘 아침도 서울 영하 11.1도까지 내려갔고요. 주말에는 더욱 강력한 추위가 찾아와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질 것 같다”며 몸을 움츠린다.

대한 때만 되면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기억이 또렷하다. 아마도 ‘대한’이라는 절기 때문일 게다. 지방의 한 방송사 실기 및 면접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우리 일행은 승합차에 올랐다. 인솔자는 우리를 이름 모를 공원에 데리고 갔다. 그는 말했다. “오늘은 대한입니다. 이곳에서 두 시간 안에 ‘대한 스케치’를 하세요.” 우리가 내린 곳은 지역민들이 ‘망우공원’이라고도 하는 ‘망우당공원’이었다. 망우당이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호라는 것은 그때 알았다. ‘대한 스케치’로 실기시험을 치르고 곧바로 면접, 몇 시간 뒤 합격자 발표가 이어졌다. 불합격. 내 청춘의 꿈은 최종 단계에서 번번이 무너져 내렸다.

세월은 흘러 이제 자녀 세대인 젊은이들이 좁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우리처럼 꿈이 있는 한 인생이라는 미지의 길을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바깥 날씨가 차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1-23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