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과 예찬/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모과 예찬/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11-03 23:32
수정 2016-11-04 01:0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점심 후 덕수궁에 갔다가 ‘횡재’를 했다. 대한문을 지나 만난 모과나무 두 그루에 샛노란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어른 주먹만 한 모과들이 어찌나 많이 달렸는지. 거무튀튀한 나뭇가지와 대비되어 황금빛을 띠는 열매가 보석 같다. 하나, 둘, 셋…. 나무 아래서 고개를 쳐들고 모과를 세어 보다가 목이 아파 결국 포기하고 만다. 두 그루 합치면 수백 개는 족히 될 듯하다. 젊었을 적부터 덕수궁에 많이 갔지만 모과는 처음 만난다. 계절이 맞지 않았을까. 아니면 감성이 부족해 눈에 띄지 않았을까.

모과는 향이 넘치지 않으면서 오래간다. 그리 진하지 않으면서도 멀리 퍼진다.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정감이 있다. 아내가 가끔 모과차를 낸다. 택배로 구입한 모과를 얇게 저며 재 놓았다가 끓여 준다. 모과의 독특한 신맛이 거북스럽지 않다. 은근하고 그윽한 향이 코끝을 맴돌 때의 느낌은 언제나 반갑다. ‘자주 마셔야지’ 다짐하면서도 잊어버렸다가 아내가 차를 내주면 다시 같은 생각을 한다. 수시로 보지는 못해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오래된 친구 같다고나 할까. 나이들수록 속 깊고 은근한 친구가 그립다. 모과가 다 지기 전에 덕수궁에 한번 더 가봐야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1-04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