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재치’ 안내문/박홍기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재치’ 안내문/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7-04-02 22:08
수정 2017-04-03 00: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당산역 9호선에서 2호선을 갈아타러 갈 때다. 에스컬레이터 벽에 붙은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읽었다. 그리고 웃었다. 에스컬레이터를 급하게 뛰어 내려가려는 직장인 그림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다. ‘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봤어요.’ 재치가 한껏 묻어났다.

환승 구간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는 48m다. 국내 역사에 설치된 것 중 두 번째로 길다. 높이도 엄청나다. 24m, 아파트 8층 수준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다 실수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끔찍하다. 출근길 이용객들이 에스컬레이터에 뛰어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당산역 직원들이 안전을 고민하다 짜낸 아이디어란다. 걷거나 뛰지 말라는 방송을 지속적으로 해도 별 효과가 없자 만든 안내문이다.

출근길엔 마음도 바쁘다. 타느냐, 못 타느냐 갈림길에선 일단 뛰기 일쑤다.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기라도 하면 더 조급해진다. 마음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하철 간격은 평소와 차이가 없는데도?. 짧은 2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다. 모처럼 느긋함과 여유를 생각하게 한 안내문, 고맙다.
2017-04-03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