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알고 보면 다른 것/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알고 보면 다른 것/황수정 논설위원

입력 2017-09-07 22:38
수정 2017-09-0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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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방화대교 아래를 지난다. 차를 달리다 보면 하필 그 언저리에서부터 막히고는 한다. 싱겁게 솟은 다리 아래를 우물쭈물 지나게 되는데, 어감도 그렇거니와 방화대교는 상쾌한 이름일 수 없었다. 그렇게 빼딱한 눈으로 근 십년 가까이.

다리에 조그맣게 붙은 한자 이름표를 문득 보았다. 꽃을 곁에(傍花) 두었다니. 이 심심한 다리가 세상에나 꽃자리였다니. 지난날의 노방에는 꽃나무, 들꽃이 지천이었겠다는 말이지.

심심한 다리를 이제는 건성건성 지나지 못하고 있다. 구절초, 쑥부쟁이, 개망초. 성질 급한 가을 풀꽃들은 그새 어깨를 섞어 아침 바람을 탄다. 저 손톱만 한 꽃들이 힘 모아 다리를 세워 이름을 붙였으려나. 머리 위에 다리를 이고 저희끼리 등을 쓸며 피고 지고 했으려나. 매듭 없는 생각에 꼬리를 물리다 보면 지루했던 길이 지루하지 않다. 시시했던 것들이 시시하지 않다.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 세상의 안쪽에는 온갖 무늬들이 제 몫의 도랑을 파고 앉아 있다. 그 무늬들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심심하다, 못생겼다고 말하지 않기로 한다.
2017-09-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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