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층버스/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이층버스/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10-12 22:02
수정 2017-10-12 22: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에서 제법 떨어진 수도권 신도시에 살고 있다. 일터가 있는 광화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에는 길게 줄을 서야 하지만 낮에는 빈차로 다니다시피 한다. 배차 간격이 짧지 않음에도 무작정 버스를 늘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웠던 이유다.

얼마 전부터 이층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70명이 넘게 타는 이층버스가 지나가면 긴 줄도 단번에 사라진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호기심이 적지 않았다. 앞차 한두 대를 그냥 보내더라도 이층버스를 타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사이에 달라졌다. 이제 이층버스가 정류장에 다가오면 줄은 두 개로 나뉜다. 이층버스 아닌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새로운 줄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안전을 최우선으로 천천히 달리는 이층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면 뒤차에 추월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는 그것뿐이 아니다.

런던이나 홍콩의 이층버스는 여행자의 로망이다. 서울시티투어 이층버스도 타 보고 싶다. 그런데 좌석을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어 비좁은 출퇴근용 이층버스에서는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2017-10-1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