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30기가/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30기가/황성기 논설위원

입력 2017-11-06 23:28
수정 2017-11-0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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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가득 찬 서류, 사진, 잡다한 과거 파일을 정리하면서 과감히 ‘휴지통’에 버렸다. 그래도 다량의 파일이 남았다. 게다가 여러 개의 소용량 USB가 더 있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1테라짜리 외장하드였다. 작년의 일이다. 1000기가 가까운 대용량이어서 비쌌지만, 그래도 남겨야 할 파일을 정리하는 데는 편리했다. 무엇보다, 컴퓨터나 USB에서 외장하드로 옮기는 작업이 대용량이다 보니 손쉬웠다.

찾을 파일이 있어, 장롱에 처박아 둔 외장하드를 꺼내봤더니 저장된 파일이 총 30기가였다. 수십년 살아온 인생의 기록과 디지털 사진이 30기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펐다. 실물의 파일이래 봐야 수십년 된 편지, 아날로그 사진 같은 게 책장 위 박스에 담겨 있는 정도다. 외장하드의 남은 용량이 900기가 이상인데 남은 인생 20~30년 분발해도 외장하드를 가득 채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1기가는 원고지 32만장 분량이다. 내 인생이 960만장이라 생각을 고쳤더니 다소 위안이 된다. 그런데 내 인생을 원고지에 써내리면 100장이나 쓸 수 있을까. 다시 마음이 복잡해진다.

marry04@seoul.co.kr
2017-11-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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