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구두와 사람/손성진 논설주간

[길섶에서] 구두와 사람/손성진 논설주간

입력 2017-11-07 23:16
수정 2017-11-0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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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온라인 쇼핑으로 새 구두를 샀는데 발이 아플 정도로 맞지 않았다. 다른 구두로 바꿀까 하다가 불편을 감수하며 신고 다녔다. 구두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내 발 모양에 맞게 가죽을 스스로 늘려 준 것이다. 물론 내 발도 구두의 형태에 적응하는 노력을 기꺼이 해 주었다. 지금은 처음부터 잘 맞은 구두처럼 별 불편이 없다.

그전에도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몇 번 사 신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발은 발대로, 구두는 구두대로 각자의 본래 모습만 고집하지 않고 상대에게 맞추어 주었다. 수십 년 전 그 딱딱한 군화를 신었을 때는 내 발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도무지 신축성이라고는 없는 군화였지만 용케 견뎌 주었다. 일그러지고 뭉개져 내 발은 제 모습은 잃고 말았다. 그래도 인내해 준 발에 고마움마저 느낀다.

친구든 연인이든 부부든 사람과 사람도 같지 않을까. 사람끼리도 처음부터 잘 맞기는 어렵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다 보면 궁합이 잘 맞는 인연이 되었음을 발견한다. 자존심을 상해 가며 견뎌 준 고마움도 함께 느끼며.

sonsj@seoul.co.kr
2017-11-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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