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르지 않은 낙엽/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마르지 않은 낙엽/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8-10-31 20:32
수정 2018-10-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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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파트 앞에 수북이 쌓인 나뭇잎 냄새가 촉촉하다. 엊그제 요란스럽던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지만, 생명의 기운이 여전해 보이는 노랗고 붉은 나뭇잎들. ‘아직 한창인데, 수분이 빠지고 말라죽으려면 멀었는데’라며 비바람을 원망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는 조지훈 시구를 되뇌며 자신의 운명을 다독이고 있는 걸까. 마른 낙엽이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라도 내겠건만.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용히 받아내며 아픔을 참는 듯해 애처롭다.

한쪽에선 경비 아저씨가 낙엽을 쓸어 내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윙윙거리는 송풍기 소리가 유난히 크다. 아침부터 한가하게 감상에 빠졌다고 질책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낙엽은 다시 한번 속절없이 송풍기 바람에 쓸려 다니고, 낙엽과의 소리 없는 대화도 끝난다. 낙엽은 당분간 계속 질 것이니 경비 아저씨는 이런 노고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야 가을을 날 것이다. 군 복무 시절 겨울을 날 때마다 ‘웬 놈의 눈이 이렇게 끝없이 내리냐’며 툴툴거리던 기억이 난다. 다 치울 만하면 다시 내리던 눈이 참 원망스러웠다. 낙엽 쓰는 경비 아저씨의 심정도 그럴까. 마르지 않은 낙엽과 경비 아저씨의 노고가 애잔한 늦가을 아침이다.

2018-11-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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