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니오, 오늘이오!”/이지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니오, 오늘이오!”/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입력 2019-07-22 20:46
수정 2019-07-23 01: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부유한 죄수가 석방되면 으레 쌀 몇 말을 남겼고, 그날은 잔칫날이 된다. 죄수들이 밥을 짓고는 고사를 지내는데, 밥술을 떠서 형 집행실 너머로 뿌리면서 기도를 바친다.” 1878년 서울서 감옥살이를 했던 프랑스 선교사 펠릭스 클레르 리델의 묘사는 생생하다. “죄수 모두가 내일 아침이면 나가게 해 주십시오” 외치면, 죄수들은 “아니오! 오늘 저녁에 다 나가게 해 주시어 한 사람도 남지 않게 해 주십시오” 다시 고축했다 한다.

그들의 ‘오늘’은 얼마나 간절했을까. 해가 지면, 점호가 이뤄지고 밖에서 굵은 빗장을 가로질러 걸어 놓은 뒤 쇠사슬로 얽어매어 잠근다. 옥졸은 마을로 자러 가면서 죄수들에게 “자지 말고 불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불이 나도 밖에서 문을 열어 줄 이는 없다. “죄수들이 하루 중 가장 슬픈 때가 문이 닫히는 순간이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신부는 회고했다.

다음 장면은 더 애절하다. “저녁을 먹는 때였는데, 옥졸이 어느 죄수에게 ‘나와! 목매러 가자’고 하니, 굶주림으로 애타게 기다렸던 밥인데도 모두 밥알 한 알도 삼키지 못하고 밥사발을 내려놓았다. 교수형은 소리 없이 집행된다. 사형수의 비명도 탄식도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내일’은 조심스레 꺼내 들 말이다.



2019-07-2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